얼마 전에 지인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 " 넌 말만 안하면 백점인데 " 그분이 워낙에 자주 하던 말이고, 난 말도 빠르고 하고 싶은 말도 많고 목소리도 크므로 그것들이 내 점수를 깍아먹는다는 것 쯤은 이미 진작부터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 처음에 그 소리를 들었을 때는 이게 칭찬인가 흉인가 싶기도 하고 이럴 때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뭐 그런 걸로 며칠씩 골치를 썩곤 했었다. 그러다가 이제 좀 조용해져야겠구나...싶어서 말도 좀 줄이고 가만히 있으면 또 다른 누군가가 그런다 " 너 요즘 무슨 일 있어? 어디 아픈거야? " 아놔... 어쩌라고....
아주 어릴 적에 나는 좀 유별나게 남들을 배려하고 의식하는 경향이 강했다. 아주 단적인 예로 만나던 남자친구가 엄청 맘에 안들고, 이제 정말 헤어져야겠다...맘먹은 순간에도 여러가지 고민을 했다. 오늘 월요일인데 헤어지자고 하면 일주일 학교 생활을 망치는 거겠지? 일주일 내내 학교는 다녀야 하니 건들지 말자... 뭐 그러다가 주말이 되면 주말에 헤어지자고 하면 집에 있어야 하는데 죽을 상을 하고 있거나, 이 인간은 날 붙잡고 메달릴테니 주말은 내가 피곤하겠지? 뭐 이런 등등의 배려(?) 아닌 배려를 하면서 미루면 친구들이 시원~하게 말해줬다. "이 냔아~ 헤어질 놈 붙잡고 별 고민을 다한다!" 근데 정말 그랬다. 엄청 화가 나서 불만을 이야기해야 할 순간이 와도... 아! 근무 중이지...아! 오늘 회식이라고 했지...! 이러면서 참다가 화병도 참 다양하게 앓고는 했었으니까..^^
따지고 보면 이제 겨우 인생의 30%쯤 지나고 있는 이 시점에서 보면... 그런 고민들은 내 정신건강에 있어서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았던 거 같다. 처음 신입으로 들어와서 교육보고서 하나 쓰는데 A선배가 하라는대로 하면 그다음날 B과장이 이건 이렇게 하면 안되다고 타박하고 그래서 보고 PT자료가 버전 16까지는 만들어졌더랬다. 그러고 나서 결론은 부장님이 고치라는대로 만든 자료를 사용하게 된다는거? 나중에 선배들한테는 자료가 엉망이었다며 타박받게 된다는거? 그 때는 그게 참 억울하기도 했었다. 하물며 자료 하나를 만들어도 하루 꼬박 걸려 만들어 놓으면 저녁에 다른 사람의견 때문에 바꿔야 하는게 억울하고 답답했는데, 성격은 오죽 할까?
지금 누군가가 나한테 "넌 이것만 안하면 백점이야...!" 라고 한다면 난 그냥 웃으면서 대답해준다 " 전 백점에는 관심없어요...^^" 그 사람에게 백점이라고 해서 내가 다른 사람에게 백점이 될 수는 없으니까. 그리고 백점이 되려면 있는 그대로의 내가 아니라 사회가 만들어놓은 청사진대로, 사람들의 기대대로만 살아가야 하니까. 난 남에게는 30점쯤 되더라도 내 자신의 만족도가 높아진다면 그냥 나 하고 싶은대로 살 예정이다. 지금 완벽하게 그렇게는 하고 있지 않지만 남에게 피해주지 않는 범위내에서는 나 하고 싶은대로, 나 원래 생긴대로 그렇게 살고 있었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