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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고 싶었다... 꿈이라고만 생각했다... 자신은 없으나 놓을 수 없는 꿈이니 지금이라도 시작하려고 한다

2012년 4월 11일 수요일

쿨하게 놓아주기

"혼자 생각하고 혼자 결정했지... 내가 스스로 포기했을 때 당신이 손으 내밀어서 난 그 손을 잡으면 다 해결될 거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역시 헛된 기대였구나..."

요 며칠은 줄곧 계속 고민중이었다. 삼년을 넘게 만난 사람과의 소원해진 관계는 혼자만의 시간을 엄청 만들어줘서 전보다 더 무겁고 엉뚱한 방향의 상상을 만들어 내기에 충분했다.  두어달을 그런 생각에 갇혀서 히스테리도 부리고, 짜증도 내면서 보내다 보니 그게 다 헛짓거리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몇 달을 보내다가 간신히 지난 주말에 결론을 내렸다.

징징대지 말자... 아직도 스물 여덜의 어느날 쯤... 한참 뜨거웠던 그 때처럼 해주기 바라지 말고 그만 제자리를 찾아가고 싶어하는 그 사람을 놓아주자... 처음부터 뭘 해보자 우리는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그리 선언하지 않았으니 따로 어떤 결정을 강요하면서 조르지 말자... 그냥 원래 그랬던 것처럼 둘다 제자리로 그냥 돌아가자...

요 근래의 관계를 생각해보니 정말 그거말고는 답이 없었다. 우린 정말 "관계"를 위한 관계가 되어가고 있었다. 내가 아직도 그 어디쯤에 있다고 생각했던 얼마 전까지는 서로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했었고, 같이 보내는 시간도 많았고... 그 때는 어떻게 우리가 매일 만나고 시간을 내고 잠을 쪼개가면서 만났는지에 대한 기억은 없지만 지금만큼 똑같이 바빴고,  그래도 서로와 함께 있는 시간이 좋았었다. 그런데 지금은 며칠을 기다려서 시간을 내지 않으면 만날 수 없고,  "우리"의 이야기를 하지 않은지 몇 달이 지났고... 내가 만나자고 하지 않으면 만날 일 같은 건 없고... 가끔 한번 술에 취해 묻긴 했었다. 내가 지루해지거나 재미없어졌다면 이야기하라고... 마치 죄라도 지어서 어쩔 수 없이 내게 묶여 있는 것처럼 굴지 말라고... 그의 대답은 항상 "전혀 그렇지 않아...니가 오해하고 있는거야..." 였다. 제풀에 지치길 바라는 걸까?  항상 내게 말했던 것처럼...넌 영특하니까 금방 알거야... 그래서 내가 스스로 알아채고 알아서 아무말 없이 그냥 예전처럼 돌아가는 것에 동의하길 바라는?

혼자 있는 시간동안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내가 부르는 건 하지 말자..."였다. 여느 연인처럼... 다른 사람들처럼 해주지 않느냐고 조르는 건 그만하기로 했다. 내색하지 말고 표내지 말고... 어차피 "관계"는 한달에 두어번이 전부니... 시간이 난다면 그거정도는 받아주마...하고 사실 아직은 내가 이 관계를 완벽히 정리할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으니...

그런데 문제는 그 주말이 지난 담에 그 사람이 잠시 변화를 줬다는 거다.  갑자기 예전처럼... 연락을 하고 밥을 먹자고 하고 차를 마시자고 하고... 물론 그냥 친한 선후배 정도? 짜증을 내고 예민해져있던 내가 포기란 걸 결심한 순간 조금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 것같은 느낌을 줬다... 그래도 말은 해주고 싶었다. "우리 그냥 예전처럼 선후배로 돌아간거 같아요..."라고... 그날 그는 나를 찾아왔다.  내 메세지는 보지 못했다. 적어도 보지 못한 것 처럼 굴었다. 그날의 "관계"는 실패... 내가 안됐다. 마음으로 그 사람을 놓아줘야 겠다 싶은게 몸으로 나타났나보다.  그날은 그랬다.  그리고 그날 밤... 그 메세지에 대한 답이 왔다. "시간을 내서 이야기해보자..."

그리고 그 시간을 낸다던 오늘....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마주치는 내내 아무말도 하지 않았고, 문자 하나, 전화 한통, 어떠한 언급도... ㅎㅎㅎㅎ 바보같이 기대를 했다. 마음을 놓았을 때... 신데렐라의 무도회는 12시면 끝난다는 걸 눈치챘어야 하는데... 아직은 나는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제대로 찾지 못한 것 같다. 무도회는 끝났다... 기억은 유리구두 한짝에 봉인해야 한다.  꽁꽁 감추어두고 제 짝을 찾더라도 없는 듯 깊숙한 곳에 숨겨둬야 한다. 이제 정말.... 그래야만 하는 시간이 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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