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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고 싶었다... 꿈이라고만 생각했다... 자신은 없으나 놓을 수 없는 꿈이니 지금이라도 시작하려고 한다

2012년 4월 7일 토요일

서른... 과거에서 살다

 지난 두어달 간... 지옥 속에서 살고 있다... 하루는 미친듯이 힘들어하고 짜증내다가 하루는 그럭저럭 웃으면서 살아가는... 롤러코스터같은 시간이 하루하루 흘러간다.
 서른... 나이의 앞자리가 3으로 바뀐다고 해서 그다지 달라지는 건 없다고, 오히려 20대의 끝자락이 더 힘들었던 것 같다고 위로하면서 처음 한달이 흘러갔다. 사실 삼십대가 되었다는 감도 제대로 오지 않았다. 이렇게 복잡하고 어지러워져서 온통 날을 바짝 세우고는 내가 제일 괴로워하는 시간을 보내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올해는 유난한 해다. 직급을 바꾸고 3년차가 되는... 과도기를 겪는 해이기도 하고... 오랜 시간 함께 해온 연인... 처음부터 미래는 꿈꾸지도 않았고 그래도 안되는 그 사람과의 관계가 서먹해지고 있다. 곧 좋아지겠지 예전에도 그랬듯이 좋아지겠지..하는 기대보다는 내 좋았던 이십대는 다 쏟아부었는데 결국은 삼십대가 되고 나서 등떠밀리듯이 다른 사람을 찾아야 하는... 이제는 더 이상 난 모든 남자들이 선호하는 이십대가 아니라는 걸 인정해 하는 순간에 다시 누군가를 찾아서 연애를 하고 좋은 감정을 가지고 결혼을 결심해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감과 허탈감이 함께 오고 있다. 나는 서른이 두려운 걸까... 지금와 다시금 누군가와 사랑...또는 새로운 관계를 시작해야 한다는 시도 자체가 두려운 걸까...

  무튼 난 주인에게 버림받은 길고양이처럼 사람을 경계하고 있고, 바짝 날이 서서는 긍정적인 생각이라고는 처음부터 해보지 않았던 양 그렇게 굴고 있다. 하나부터 열까지 맘에 안드는 것 투성이고, 처음 이런 기분일때는 언젠가는 좋아지겠지... 시간이 해결해줄 거라는 기대를 조금은 했었는데 지금은 포기상태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하나 하나 내 주변에 날 보이지 않게 하려고 담을 쌓고 있다. 처음에는 누군가 건들면 무너질 허름한 담이었는데, 이제는 점점 더 견고해지고 아무도 날 건들지 말았으면 싶은지 출입구도 창문도 없는 벽을 쌓고 있다. 이래도 되는걸까? 이제는 더 이상 이십대 철없던 시절처럼 아무나 만나서 하룻밤 찐하게 보내고 "그래...넌 네 갈길 가라..." 쿨하게 말할 수도 없을 나이가 되었다. 좀 더 그렇게 살아볼 걸 하는 후회도 든다. 왜 내가 나와의 미래따위는 상상조차 하지 않는 그 사람과의 인연을 이렇게까지 끌고 와서 혼자 모든 고민을 안고 살아야 하나...하는 후회도 들고.... 한참때 왜 정신을 못차렸을까 싶고...

  그래서 자꾸만 과거에서 살고 싶어지나보다. 미래는 없다는 걸 뻔히 알았지만 그래도 맘껏 사랑한다고 말하고 사랑받던 그 때로... 지금은 그와 나 사이에 남은 건 섹스뿐이다... 그나마도 의무적으로... 이제는 정신차리고 본인의 길로 들어서는 그 사람에게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아직도 감이 오지 않는다.  몇달 째... 내가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냐는 질문도... 그냥 놔주겠으니 각자의 길을 가자는 제안도 아무런 대화도 없다. 어쩌면 그에게 나는 벌써 과거가 됐는지도 모르겠다.... 나 혼자 과거에서 살면서 아직도 그와 내가 현재라고 믿는지도... 가끔 하는 섹스 때문에 그와 내 과거처럼 현재도 그렇다고 믿는지 모르겠다.
  
   단순한 애정결핍이 아니라... 이건 현실 부정인 것 같다. 잔인한 4월은 올해도 어김없이 다가왔고... 난 이 시기를 무사히 잘 넘길 수 있을까? 언제쯤 그 과거의 울타리에서 나와서 오롯이 혼자서 즐길 수 있는 행복한 삼십대의 자리로 돌아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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