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부서분들이랑 캠핑을 갔다. (나도 내가 이래서 다른 사람 못 만나고 연애 못하고 그래서 결혼에 영 관심이 없는 거 같이 보인다는 거 안다..ㅡ0-) 한참 이야기하면서 놀고 있는데 이번엔 또 충청도 인근의 지역번호가 찍힌 전화가 온다. 같이 일하는 업체인가~ 해서 전화를 받았더니... ㄷ 결혼정보 회사다. 여긴 어떻게 내 번호를 알았는지는 모르나 일년에 서너번쯤은 계속 전화가 온다. 스물 다섯쯤부터 오기 시작했는데, 그 때는 좀 신기한 생각이 들어서 몇번 전화를 받다가 매니저라 불리우시는 아주머니께서 엄청 친절하게~ "회원님~~~(난 회원은 아니다...ㅡㅡ) 키만 포기하시면 회계사, 변호사 이런분들 다 만나보실 수 있어요...170만 포기하시면 되요..."라는 소리에...- 뭐 그때는 더 그랬지만 170이 어떻게 포기의 기준일 수가 있단 말인가... 난 내가 작아서 신랑은 키가 컸으면 좋겠단 말이지... 아니어도 할 수는 없지만!- 엄청 귀찮아서 같이 계시던 부장님 바꿔드리고 "내 마누라에게 그만 전화해라!" 라는 소리를 듣게 했는데... 그 이후에도 줄곧 부지런히 열심히 전화를 주신다. 문자도 온다 꽃피면 결혼을 생각하지 않으시나요~? 하는..
얼마 전에 극심한 멘붕을 겪고 있다가 자주가는 블로그의 광고를 보고! 내 스스로! 어처구니 없이! 한 결혼정보회사의 파티에 참가 신청을 해놨다. 아무래도 그때는 정신이 정말 안드로메다로 향했었나보다. 뭐 엄청 친절하게 뭐 학교는 어디시고 지방에 사시는데 저희 파티를 오시는 데는 문제는 없는지.. 그런 것들을 물어보셨다. 그리고 몇번쯤 만나는데 비용이 169만원 정도한다는 설명도 잊지 않으셨다. 이건 의사를 2명 만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다... 시간되면 한번 방문하지요~ 라는 말을 해놓고 끊긴 했는데... 오늘 불현듯 정신이 번쩍 들었다. 꼭 이렇게해서 결혼을 해야 하는걸까? 하는...
나는 지금 만나는 사람이 없다. 음... 연애를 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결혼을 염두해두고 만나는 사이는 아니다. 그리고 나는 이제 서른이다. 스물 몇살 때쯤 사주를 봤는데 서른 즈음에 남자를 만나 겨울에는 청혼을 받고 서른 하나에는 결혼을 한다던.. 그 서른이 벌써 4개월이나 지났다. 엄마가 작년에 어디선가 사주를 봤는데 거기서도 올해 꽃피는 춘삼월이 되면 내가 연애를 시작해서 내년쯤엔 결혼을 할 거라고 했단다. 춘삼월(백번 양보해서 음력으로 치자)은 이미 지났고, 올해는 엄청 관대하게 3월이 윤달이라 한번 더 있기까지 한데 아직 나는 누군가를 만나서 사랑을 하고 그 사람과 결혼을 꿈꿀 생각은 없다.
지금의 나는 엄청 자유롭다. 여행을 가고 싶으면 차를 끌고 그냥 떠나면 되고, 엄마 아빠가 필요한 게 있다고 하면 통장에서 돈을 찾아서 선물해드리는데 아무런 제약이 없다. 올해 여름 휴가는 미국으로 갈까? 한다고 해서 내게 제약을 주거나 (물론 일을 해야 하니 아무때나 홀연히 떠날 수는 없다...ㅋ) 혼자 어디 간다고 눈치를 줄 누군가가 있지도 않다. 나는 지금의 이런 내 삶에 만족하고 있다. 그리고 주변에 결혼한 친구들이나 대학교 선배들이나... 그들을 보면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고 있다. 나는 없고 아이가 우선된다. 내가 궁금한 건 그 사람의 소식인데, 온간 SNS가 그 사람의 아이들로만 가득차있다. 물론 나도 아이는 엄청 좋아하지만 지금은 뭐... 내가 결혼하지 못해서 아직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질타같기도 하고... 뭐 좀 그렇긴 하다. 무튼 내가 결혼 적령기의 황금같은 시기에서 약간 지나왔다는 걸 내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다. 결혼을 하는 걸 진저리치게 싫어하거나 맘에 들지 않는 건 아니지만 지금은 좀 아닌 것 같을 뿐이다.
전에 ㄷ결혼정보회사의 매니저가 그런 말을 하더라. "스물 여섯이요~? 엄청 좋은 나이죠~~~ 지금 지나면 매칭이 많이 어려워질 수 있어요~ 지금 가입해보는 거 어때요?" 그 때는 그냥 지금 가입해서 어린 여자로 우대 좀 받아볼까~? 했었는데... 지금 다시 전화오는 결혼 정보회사에서는 그런다 "회원님은~(저는 회원이 아니라고요!!!!) 대기업 다니시니까 어느 정도 감안해서 노블레스 회원으로 모실게요~" ㅎㅎㅎㅎ 어쩌면 더 나이가 먹어서도 그들은 나를 아주 달달한 조건으로 꼬시지 않을까~? 뭐... 난 그냥 지금도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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