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여행이 떠나고 싶어졌다. 일은 계속 켜켜이 쌓여가고 있고, 덩달아 나도 뭔가 응어리를 켜켜이 쌓아놓고 있다. 그 사람과의 이별이 다가오고 있다.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 요 며칠간은 매일 눈뜨면 마주보고 이야기하고 밥먹고 차마시고.. 매일 그렇게 살아서 실감도 나지 않고 어떻게 되는건가 하는 감도 없었다. 아무래도 아직도 내게는 도무지 이 이별이 익숙해질 것 같지가 않다. 이 순간 언제쯤 방점을 찍어줘야 할 것 같은 기분이다.
항상 그 사람과 함께 했던 사무실, 거리, 식당, 찻집... 하다못해 내 방까지 익숙한 곳에서 가장 익숙한 한가지를 순식간에 지워버리는 건 너무 잔인하고 해낼 수 없는 미션같은 일이다. 현실에 살고 있는 나는 그 모든걸 지워버릴 한방을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다. 마음을 정리하고 헤어지고 난 후에 이런 정리해고같은 통보를 받았다면 좀 나았을까? 아직도 실감은 나지 않고 그저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게 또 며칠을 보내고 실감이 나는 그 순간 다시 힘겨운 시간이 찾아오긴 하겠지만 아직 그 순간이 정확히 내 삶을 비집고 들어온 것 같지는 않다.
후.... 버텨낼 수 있을까?
아무것도 남기지 않으면.. 기억하지 못할 것 같아.. 바쁘게 살다보니 점점 가벼운 것들을 지나치게 되는것 같거든... 난 그냥 나인채로 인정하면서 살래...^^
2012년 5월 11일 금요일
2012년 5월 7일 월요일
다시 내 권리를 누리자...
요즘은 마지막 행복을 누리는 중이다. 전에는 절대 이해를 못했던 이별 여행...같은? 좀 특이한 경험이긴 하지만.... 자의던 타의던 간에 이제는 더 이상 같이 있을 수 없는 사람과 이것저것 많은 것을 함께 하면서 누리는 중이다. 이게 좀 마약같은 면이 있어서 곧 마지막이 온다는 걸 알면서도 당장 홀로 있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안도하게 된다. 아침에 달콤한 라떼 한잔 마시면서 오늘 이후로 이걸 다시는 누리지 못할 거라는 걸 알게 되었어도 그 한잔은 여전히 행복한... 그런거? 사실 이번주는 그다지 걱정이 되지 않지만 다음주부터는 현실과 마주해야 한다. 그래서 걱정이다. 다니는 곳곳마다 추억이 묻어 있고, 전혀 의도하지 않았는데 시간은 흘러가고...
지난 주까지만 해도 나는 무언가에 쫓기듯 당장 결혼을 해야 할 누군가를 만나야 한다고 생각했고, 빈자리를 채우려면 뭐라도 해야된다는 생각에 머리를 쥐어 뜯으면서 지냈다. 일찌기 퇴근해서 집에 들어가면 술 한잔이 없으면 제대로 잠들지 못했고, 뭐라도 하려고 이것저것 사들이고 집에서도 가만있지 못하고... 그런데 새삼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부터 3년이 지난다고 해서 내가 폭삭 늙어버리는 것도 아닌데 무엇 때문에 지금 당장이라도 새 사람을 찾고 연애를 해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된걸까? 지금까지 꿈에도 생각지 않던 그런 미래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을까?
이제는 나를 중심으로 생각해보기로 했다. 그 사람이 있어서 마냥 기다리느라 못했던 나의 일... 나를 위한 운동, 여행, 취미... 주말이 되면 왠지 그 사람이 날 찾을 것 같아 꼼짝도 못하고 붙박이로 있던 나를 위한 어떤 의미에서는 좀 서글픈 내 지난 세월을 위한 자유... 공부도 하고 운동도 하고 여행도 다니고 좋은 결과로 다른 기회도 좀 얻어보고... 한동안은 갑작스럽게 주어진 자유에 어쩔 줄 모르고 방황하겠지만 난 원래 누군가에게 메어 있던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내가 좋으면 하고 싫으면 적당히 피해서 도망다닐 줄도 알던 사람이었다. 그 모든 걸 까맣게 잊고 있던 내게 이제 다시 그 자유에 대한 적응기가 필요한 것 같다...
블로그는 여기저기에 두고 많이 하는 편인데, 그냥 사는 이야기를 주절주절 쓰는 건 항상 제목이 너무 어렵다. 제목을 붙여 놓고 글을 쓰다 보면 항상 주제에 벗어나고 그래서 글을 쓰고 나서 제목을 붙이려면 처음에 생각했던 글이 나오지 않는다. 그래도 글을 쓰는 건 즐거운 일이긴 하지만...
2012년 5월 3일 목요일
나도 내가 결혼 적령기인거 알고 있어요~
의례 02 ~ 이렇게 오는 번호는 무조건 받지 않는 편이다. 카드를 잃어버리지 않는 한 카드사의 전화도 받지 않는다. 우선 받으면 귀찮고 스팸전화일 확률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근데 요즘 들어서 카드사도 아니고 뭔지도 모르겠는 번호로 가끔 전화가 온다. 받지 않고 거절하면 바로 문자가 온다. ㅅ 결혼 정보회사다. 입사하고 얼마 안되서 무슨 대기업 단체 미팅이던가? 그런게 있어서 친구들이랑 가려고 신청했던 적이 있다. 근데 뭐 다들 바쁘고 시간도 애매하고 해서 취소를 했는데 그 때 내 이름으로 가입을 했던 게 문제인거 같다. 계속 전화 온다. 1000명을 떼거지로 몰아놓고 스피드 미팅을 한다는데 내가 선착순 등록 할인 대상자란다. 몇명이랑 얘기를 할 수 있을까나 몰라도 그런 자리를 무려 30만원이나 내고 가는 건... 왠지 엄청 하기 싫고 돈이 아까워지는 행위다.
주말에 부서분들이랑 캠핑을 갔다. (나도 내가 이래서 다른 사람 못 만나고 연애 못하고 그래서 결혼에 영 관심이 없는 거 같이 보인다는 거 안다..ㅡ0-) 한참 이야기하면서 놀고 있는데 이번엔 또 충청도 인근의 지역번호가 찍힌 전화가 온다. 같이 일하는 업체인가~ 해서 전화를 받았더니... ㄷ 결혼정보 회사다. 여긴 어떻게 내 번호를 알았는지는 모르나 일년에 서너번쯤은 계속 전화가 온다. 스물 다섯쯤부터 오기 시작했는데, 그 때는 좀 신기한 생각이 들어서 몇번 전화를 받다가 매니저라 불리우시는 아주머니께서 엄청 친절하게~ "회원님~~~(난 회원은 아니다...ㅡㅡ) 키만 포기하시면 회계사, 변호사 이런분들 다 만나보실 수 있어요...170만 포기하시면 되요..."라는 소리에...- 뭐 그때는 더 그랬지만 170이 어떻게 포기의 기준일 수가 있단 말인가... 난 내가 작아서 신랑은 키가 컸으면 좋겠단 말이지... 아니어도 할 수는 없지만!- 엄청 귀찮아서 같이 계시던 부장님 바꿔드리고 "내 마누라에게 그만 전화해라!" 라는 소리를 듣게 했는데... 그 이후에도 줄곧 부지런히 열심히 전화를 주신다. 문자도 온다 꽃피면 결혼을 생각하지 않으시나요~? 하는..
얼마 전에 극심한 멘붕을 겪고 있다가 자주가는 블로그의 광고를 보고! 내 스스로! 어처구니 없이! 한 결혼정보회사의 파티에 참가 신청을 해놨다. 아무래도 그때는 정신이 정말 안드로메다로 향했었나보다. 뭐 엄청 친절하게 뭐 학교는 어디시고 지방에 사시는데 저희 파티를 오시는 데는 문제는 없는지.. 그런 것들을 물어보셨다. 그리고 몇번쯤 만나는데 비용이 169만원 정도한다는 설명도 잊지 않으셨다. 이건 의사를 2명 만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다... 시간되면 한번 방문하지요~ 라는 말을 해놓고 끊긴 했는데... 오늘 불현듯 정신이 번쩍 들었다. 꼭 이렇게해서 결혼을 해야 하는걸까? 하는...
나는 지금 만나는 사람이 없다. 음... 연애를 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결혼을 염두해두고 만나는 사이는 아니다. 그리고 나는 이제 서른이다. 스물 몇살 때쯤 사주를 봤는데 서른 즈음에 남자를 만나 겨울에는 청혼을 받고 서른 하나에는 결혼을 한다던.. 그 서른이 벌써 4개월이나 지났다. 엄마가 작년에 어디선가 사주를 봤는데 거기서도 올해 꽃피는 춘삼월이 되면 내가 연애를 시작해서 내년쯤엔 결혼을 할 거라고 했단다. 춘삼월(백번 양보해서 음력으로 치자)은 이미 지났고, 올해는 엄청 관대하게 3월이 윤달이라 한번 더 있기까지 한데 아직 나는 누군가를 만나서 사랑을 하고 그 사람과 결혼을 꿈꿀 생각은 없다.
지금의 나는 엄청 자유롭다. 여행을 가고 싶으면 차를 끌고 그냥 떠나면 되고, 엄마 아빠가 필요한 게 있다고 하면 통장에서 돈을 찾아서 선물해드리는데 아무런 제약이 없다. 올해 여름 휴가는 미국으로 갈까? 한다고 해서 내게 제약을 주거나 (물론 일을 해야 하니 아무때나 홀연히 떠날 수는 없다...ㅋ) 혼자 어디 간다고 눈치를 줄 누군가가 있지도 않다. 나는 지금의 이런 내 삶에 만족하고 있다. 그리고 주변에 결혼한 친구들이나 대학교 선배들이나... 그들을 보면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고 있다. 나는 없고 아이가 우선된다. 내가 궁금한 건 그 사람의 소식인데, 온간 SNS가 그 사람의 아이들로만 가득차있다. 물론 나도 아이는 엄청 좋아하지만 지금은 뭐... 내가 결혼하지 못해서 아직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질타같기도 하고... 뭐 좀 그렇긴 하다. 무튼 내가 결혼 적령기의 황금같은 시기에서 약간 지나왔다는 걸 내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다. 결혼을 하는 걸 진저리치게 싫어하거나 맘에 들지 않는 건 아니지만 지금은 좀 아닌 것 같을 뿐이다.
전에 ㄷ결혼정보회사의 매니저가 그런 말을 하더라. "스물 여섯이요~? 엄청 좋은 나이죠~~~ 지금 지나면 매칭이 많이 어려워질 수 있어요~ 지금 가입해보는 거 어때요?" 그 때는 그냥 지금 가입해서 어린 여자로 우대 좀 받아볼까~? 했었는데... 지금 다시 전화오는 결혼 정보회사에서는 그런다 "회원님은~(저는 회원이 아니라고요!!!!) 대기업 다니시니까 어느 정도 감안해서 노블레스 회원으로 모실게요~" ㅎㅎㅎㅎ 어쩌면 더 나이가 먹어서도 그들은 나를 아주 달달한 조건으로 꼬시지 않을까~? 뭐... 난 그냥 지금도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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